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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죄수의 기억 ; 그들은 거기 없었다

[웹이코노미 안진희 기자]

 

 

 

 

SBS 창사 특집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은 24일 11시10분 6인의 살인자들, 그리고 사건의 ‘진범’이란 주제로 방송을 진행 했다.

 

이날은 그 첫 번째 방송으로 “세상은 나아지는가” 1부 <죄수의 기억 ; 그들은 거기 없었다> 편을 통해, <그것이 알고 싶다> 최초로 삼례나라슈퍼 살인사건 진범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리고 춘천여아 살해사건,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그리고 수원노숙소녀 사건 등 무고한 죄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회복의 방향을 시청자와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다.

 

살인, 강도, 납치, 강간, 과실치사, 강도치사.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같고도 다른 살인을 저지른 후 검거돼 이미 처벌받은 이들의 죄목이다. 이 잔혹한 살인사건들은 그때마다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고, 사건의 범인들은 짧게는 230여일에서 길게는 21년간 각각 복역 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왜 살인자가 되어야 했나?” 6인의 살인자들은 지금 되묻고 있다. 그때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미처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자백했을까?” 그들의 질문 앞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질문 역시 시작됐다.

 

그 질문을 쫒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스스로를 해당 살인사건의 ‘진범’이라 주장하는 한 사람과 마주하게 됐다. 말 그대로 실제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 배모 씨였다. 오랜 침묵 끝에, 진범 배씨는 수사기관도 완벽히 풀지 못했던 ‘그날’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왜 ‘죄수’가 되어야 했나? 진범 배씨의 자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사건 후 수사기관에서도, 우리에게 건넨 증언과 꼭 닮은 자백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진범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그를 처벌하지 않고 풀어줬다. 이미 진범의 자리에는 ‘3인조 범인’이 앉아있었고, 그 3인조는 진범을 대신하는 듯 처벌을 받았다. 진범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의 전개는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조용히 잊혀 갔지만 그 모든 빚은 오늘까지도 진범의 가슴 속에 남았다. 그는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용기를 내 증언하기로 했다.

 

여전히 진범 배씨와 같은 ‘진범’은 처벌받지 않은 채, 세상 어딘가를 활보하고 있다. 춘천 여아 살인사건부터,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그리고 수원노숙소녀 살인사건까지 ‘진범’을 대신해서 ‘죄수’가 되어야 했던 이들은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무고한 이들을 ‘죄수’로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조그마한 만화방 주인, 시각 장애인, 그리고 가출청소년까지, 복역 후 카메라 앞에 다시 앉은 ‘죄수’들은 사법시스템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아직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무엇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세월을 보냈다. 수사기관이 진술을 조작했고, 증거를 왜곡했음에도, 판결은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의 오랜 질문에 지금 우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은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안진희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