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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매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아일랜드 출신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첫 2부는 소인국 릴리푸트와 거인국 브롭딩낵을 여행하는 이야기로, 동화로도 각색되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걸리버 여행기>는 성인들을 위한 소설이다. 스위프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며, 가치 판단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걸리버는 세 번째 여행지인 라투타라는 나라의 한 섬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종족 '스트럭드브럭'을 만난다. 이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나이가 들어가도 항상 젊음을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단지 죽지는 않을 뿐, 뇌와 육체가 늙어가고 성격이 포악해지는 등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그들은 점차 젊었을 때 배운 것 외에는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가까운 친구와 가족의 이름도 잊어버리고, 문장을 끝까지 읽지 못해서 책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었으며 80세가 되면 재산권 등의 모든 법적 권리를 빼앗기고 죽은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현대사회에서의 치매 환자와 정확히 닮은 모습을 보인다. 스위프트의 이 정확한 묘사는 당시 치매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던 1700년대에 그가 분명히 치매 환자를 곁에서 관찰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발표한지 약 10년 뒤인 60대 후반에 기억장애, 언어장애, 감정변화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10여 년 후 눈을 감았다. 그 역시 생전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치매에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미루어 짐작할 때, 그가 묘사한 치매 환자의 모습은 그의 가족 중 누군가의 모습을 관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걸리버 여행기가 발표된 1726년을 기준으로 앞뒤로 300년 동안 치매에 대한 인식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1400년대로부터 무려 600년이 지난 2010년에 벌어진 이 일이 과연 교육 수준이 낮고 미신을 많이 의지하는 아프리카라서 생긴 일일까? 지난 2010년 11월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기억장애 등 치매 증상을 보이던 70대 여자가 마녀로 몰려서 화형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12년 국제 알츠하이머병 단체에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치매 진단의 이력을 숨긴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2014년 국내의 연구에서도 일반인의 70% 정도가 치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아직까지 치매 환자들은 사회적인 차별, 사회생활의 제한 등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치료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병원에 치매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 대다수가 초기를 넘긴 상태, 즉 이미 수 년 정도 진행된 상태를 보이게 된다. ‘늙으면 다 그렇지’라는 생각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 치매는 기억장애, 계산장애, 언어장애, 시공간 능력의 장애, 감정변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폭넓게 지칭하는 용어로서,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등 다양한 원인 질환이 존재한다. 원인 질환이 무엇이든, 초기에는 병의 시작을 알아차리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통해서 병을 조기 발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치매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2년 약 2조에서 2020년에는 약 20조 수준까지, 그리고 2050년에는 최소 50조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를 통해서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위한 사회적·국가적 노력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가 세계 역사상 치매에 대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다. 대통령 퇴임 이후인 1994년에 레이건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재단을 설립하는데, 이 발표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국가적으로 치매 극복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치매조기검진사업, 치매약제비지원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 신설 등을 들 수가 있겠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이른바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이름으로 치매안심센터 개설, 인지기능검사 강화, 치매요양서비스 확대 및 치매 가족의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비용 증가는 사회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글 하양맑은신경과 이상원 원장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