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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 인사이드] 샌안토니오 스퍼스, '포포비치 시대'의 끝

[웹이코노미 이민우 기자] 2000년대 NBA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을 뽑는 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다. 필 잭슨과 스티븐 커 같은 감독들도 있지만, 포포비치 감독이 전형적인 스몰마켓 팀에서 20넘는 세월동안 이뤄낸 성과는 역대 최고로 부를 수 있다. 특히 모션 오펜스에 기반한 다채로운 전술, 스몰마켓 한계를 타파하는 범세계적인 스카우팅 시스템 구축은 대표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잘하는 감독'을 넘어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란 팀의 아이덴티티 자체를 만든 창조자 역할을 수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포비치 감독이 이뤄낸 NBA 파이널 5회 우승(1999, 2003, 2005, 2007, 2014)은 샌안토니오 우승 역사의 모든 것이다. 비단 파이널뿐만 아니라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서부 컨퍼런스 우승 경력 역시 모두 포포비치 감독과 함께 했으며, 디비전 우승 22회 중 14회가 포포비치 감독 시대에 이루어졌다. 포포비치 감독 없는 샌안토니오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겨울이되면 꽃이 지는 것처럼,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달콤한 이야기도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한 팀뿐만 아니라, NBA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이슈이기도 하다.

 

◇ 위대한 포포비치, 스몰마켓 운영의 원형을 제시하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머니볼'을 통해 현대 메이저리그 스몰마켓 구단 운영의 원형을 제시했다면, 포포비치 감독은 프런트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NBA 스몰마켓 구단 운영의 원형을 제시한 인물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물론 NBA 역사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긴 포포비치 감독의 업적이다.

 

포포비치 감독이 막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을 맡았을 때만 해도 NBA는 우물 안 황소개구리에 가까웠다. 선수에 대한 정확한 평가나 측정은 거의 없었고, 선수 개개인으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NBA 수준에 도달하는 팀과 선수는 미국 밖에서 찾을 수 없다'라는 의견이 항상 팽배했고, 어쩌다 미국 외 출신을 가진 좋은 선수가 등장해도 선수 한 명에게만 관심을 쏟을 뿐, 그 선수를 길러낸 타 국가의 환경과 리그에 대한 스카우팅 시스템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반면 포포비치 감독은 샌안토니오 스퍼스 1994년 샌안토니오 스퍼스 단장 겸 부사장을 맡으면서 스카우팅 시스템 확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 외 출신 선수는 물론, 드래프트 로터리에서 뽑히지 못하고 하위 순번으로 지명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분석하며 팀 구성에 나섰다. 이런 스카우팅 시스템 확장은 향후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드래프트 로터리 순번을 단 한 번 밖에 뽑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런 스카우팅 시스템이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마누 지노빌리-토니 파커의 발굴이다. 당시 마누 지노빌리는 1999년 2라운드 57순위, 토니 파커는 2001년 1라운드 28순위로 지명됐다. 두 선수는 각각 이탈리아 리그·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었던 탓에 NBA 스카우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혁신적인 범세계적 스카우팅 시스템을 통해 두 선수의 기량을 측정하고 있었다. 낮은 순번에 위치했던 두 선수는 이후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유일한 로터리 순위 선수였던 팀 던컨과 함께 삼총사를 이루고 NBA 파이널 4회 우승을 일궈냈다.

 

◇ 포포비치 시대의 끝자락,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다음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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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비치 감독은 1949년 생으로 올해 한국나이 70세에 해당하는 노년이다. 현재 NBA 감독 중에서는 포포비치 만큼 많은 나이를 찾기도, 그만큼 오래 감독을 해온 인물도 없다. 당장 미국 4대 스포츠 중 최고연임 감독이며, NBA에서는 한 팀에서 가장 오랫동한 감독(24시즌)직을 수행한 인물로 등재돼 있다. 이제는 신체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충분히 지칠수 있는 나이다. 최근 들어 클러치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매체에서 구체적인 후임자를 거론하는 이유도, NBA 관계자 대부분 '올해 혹은 늦어도 다음 해에는 포포비치 시대가 끝날것'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포비치 감독이 없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다음 행보는 어떨까.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그간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22연속 NBA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봄 농구를 즐겨왔다. 주축 선수들이 없어도 모션 오펜스 등을 통해 각각 선수에게 최적화된 전술로 시즌을 치르는 포포비치 감독의 능력 덕분이었다. 포포비치 감독이 사실상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1옵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포스트 포포비치 시대'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다. 전성기 시절 대비 전체적인 로스터 수준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라마커스 알드리지·더마 드로잔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은 던컨·지노빌리·파커 시대뿐만 아니라, 짧았던 카와이 레너드 시대와 비교하는 것조차 어렵다. 알드리지와 드로잔의 경우 1대1 대결을 통한 올드스쿨 농구에 능한 선수들로 현대 농구의 흐름에서 한 발 벗어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스몰마켓 특성상 대형 FA 영입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충성심과 구단이 FA시장을 주도하던 과거에 비해, 최근 FA 시장의 트렌드가 선수 각자 합의에 따른 슈퍼팀 결성으로 바뀐 것도 악재다. 최근 드래프트에서도 순번 획득 운이 없었기에 유망주 자원도 고갈됐다. 유망주 1선 자원으로 평가받은 디욘테 머레이와 데릭 화이트, 로니 워커 등은 잠재력을 만개시키지 못했고 전체적인 재능 수준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NBA의 '위 아더 월드(We are The World)'시대가 도래한 이후, 비미국 출신 유망주들을 영리하게 데려오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팀 자체가 현재는 물론 미래설계에서도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이민우 기자 webeconomy@naver.com